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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의 대우차 (퍼옴) |
지나가다
2002-01-12 18: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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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의 대우차
경제부 권태호입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오랜만에 메일을 보냅니다. 저는 지난 5일부터 시작된 '2002 북미오토쇼'에 참석하느라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습니다.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출품된 각종 자동차들과 향후 자동차업체의 흐름, 기기묘묘한 자동차 사진 등은 귀국후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제너럴모터스(GM)로의 인수합병을 눈앞에 두고 있는 대우자동차와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GM은 이번에 많은 한국기자들을 초청했습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들은 매년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때마다 각국의 기자들을 초청합니다. 물론 미국 기자들이 대부분이고, 유럽, 아태지역, 중남미 등의 자동차 관련 기자들을 국가별로 인원을 할당해 초청합니다.
GM, 포드 등은 보통 4-6명 정도의 소규모로 한국기자들을초청하는 게 관례였는데, 이번에 GM이 초청한 인원은 16명이나 됩니다. 함께온 중국, 일본, 대만, 호주 등 아태지역 기자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대우차를 곧 인수한다는 뜻의 또다른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GM은 이번에 초청한 한국기자들을 대상으로 잭 스미스 회장, 릭 왜고너 사장(CEO), 루디 슐레이스 아태지역 담당 사장, 앨런 패리튼 아태지역 전략적제휴 담당팀장(대우차 인수 실무팀장), 닉 라일리 신설 GM-대우차 사장 내정자 등 대우차 관련 임원들의 인터뷰를 연일 열었습니다.
워낙 원론적인 이야기만 읊고, 조금이라도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면 '비밀조항' 을 거론하는 통에 인터뷰 기간 내내 가슴이 답답하긴 했습니다만.
이미 국내신문을 통해 기사를 보셨겠지만, 똑 같은 내용을 갖고 서로 다른 신문제목이 뽑히는 것도 분명한 '키 메시지'를 뽑기가 힘들었던 탓입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모터쇼가 열린 첫날, 대우차 임원들과 한국기자들의 상견례를 겸한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인터뷰는 1시간이었습니다. 루디 슐레이스 아태지역 사장, 슐레이스의 후임인 프리츠 핸더슨, 앨런 패리튼, 닉 라일리 등 4명의 임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질문에는 대부분 대우차 협상의 중간결재권자인 루디 슐레이스가 답했습니다. 그는 올해 우리나이로 63세로, 오는 5월1일 은퇴합니다.
◆질문내용을 순서대로 그대로 전합니다. 해석을 조금 붙일께요.
▷대우차의 최종계약이 늦어지는 이유는 뭔가? 대우차 경영진은 "GM이 노조를 믿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구조조정에 동의한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조쪽에서는 "세제감면, 부채조정 등 계약이 늦어지는 다른 많은 이유들이 있는데도 모든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려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선 GM이 노조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대우 노동자들이 우리(GM)를 믿어야 한다. 그래야 협상(deal)이 잘된다. 협상은 진행중이다. 대우차, 근로자, GM 등 모두가 윈-윈 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최종계약 전에 여러 요소들이 합리적으로 해결돼야 할 것이다.
(해석) 협상이 늦어지는 원인을 물었는데, 엉뚱한 답변으로,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했습니다. 'GM은 노동자를 믿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부분만 짚고 넘어갔을 뿐입니다. '여러 요소들이 해결돼야 할 것이다'라는 말은 결국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는 그 요소에 분명히 해당된다는 점만은 밝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양해각서의 인수대상, 인수대금 등 계약조건이 본계약에서 바뀔 가능성이 있는가?
▶양해각서 상에 '필요하면 바꿀 수도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바꿀 계획이 없다.
▷대우차 단체협약(경영권 간섭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반드시 인수계약은 체결될 수 없는 것인가?
▶단체협약이 우리쪽(GM)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이 돼야한다. 이것을 대우 노동자들이 잘 이해하리라 믿는다.
(해석) 현재 논란이 되는 단체협약이란, 노조가 구조조정 동의서에 사인하고, 인사문제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노조는 GM의 추가 구조조정을 우려해 이 동의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고, 대우차 경영진과 채권단들은 동의서를 제출해야 최종계약을 맺을 수 있다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기업들도 마찬가지이지만, GM은 '상식'(common sence)을 강조하곤 합니다. GM으로선 회사가 어려우면 인원을 줄이고, 또 회사가 흥하면 인원을 늘리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GM이 한국정부에 요구했던 법인세 인하 등 세제감면과 관련된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GM의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앨런 패리튼)MOU 사항중 세금감면 조항은 물론 있다. 세부적인 것은 공개하기 힘들다. 비밀조항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정부와 이런 부분이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
(해석) GM은 민감한 부분은 답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GM이 세제혜택을 요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작은 소득이기도 했습니다.
▷대우자판과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인수여부 및 방법, 인수후 판매계약 방향 등.
▶세부사항에 속하므로 상세히 말하기 힘들다.
▷부평공장에 대한 향후 인수 여부 및 지원계획은?
▶부평에서 만드는 차는 GM-대우차(가칭)가 계속 구매할 것이다. 그러나 부평은 신설법인의 일부는 아니다. 물론 이런 조항은 있다. 부평공장이 기준에 일치한다면 신설법인에 속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양해각서에는 없다. 중요한 건 신설법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자동차 회사가 되고,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해석)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린 GM이 2006년께 부평공장도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현재 GM의 관심은 부평공장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뒷번호에 속합니다.
사실 이런 점을 이런 공개석상에서 언급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하는 점에 대해 고민은 됩니다. 하지만 막연한 희망이 나중에 얼마나 큰 독이 되는 것인가를 너무도 많이 경험했기에 이제는 근거없는 낙관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GM이 부평공장을 인수하지 않은 것은 대우차의 현 판매수준과 세계자동차시장의 공급과잉 등으로 인해 대우의 3개 공장을 모두 인수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생각했고, 2개 공장 정도만 인수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2개를 고르다 보니, 아무래도 시설이 낫고 노사문제도 심각하지 않은 창원, 군산 공장을 택한 건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GM의 1차 목표는 창원, 군산 공장의 정상화이지, 부평공장을 살리는 것은 GM의 의무도, 책임도 아닙니다. 결국 부평공장 노동자들이 희망하는대로 부평공장이 GM으로 추가인수되려면 방법은 2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첫째는 부평에서 생산된 차가 시장에서 인기를 누려야 합니다. 즉 부평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합니다. 둘째는 내수든 수출이든 대우차의 수요가 늘어나 창원, 군산공장 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어 추가로 설비를 놓아야할만큼의 필요가 있어야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부평공장이 GM으로 추가인수될 것인가 하는 점에서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은 편입니다.
이는 혹자들이 말하는 부평공장 노조의 강성이나 공장 노후화 등 외에도 환경적인 제약요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GM은 '부평공장 인수는 봐가면서 결정하고, 일단 창원,군산 공장을 정상화시키는 게 우리의 관심사'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대우차의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대우차의 제품이 긍정적이다. 또 R&D 능력이 뛰어나다. 생산시설과 근로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는 부평공장을 제외한 창원, 군산 공장의 근로자를 말합니다) 게다가 한국시장은 GM에겐 아주 중요하다. 대우는 이처럼 좋은 측면이 많지만 문제는 파산한 회사라는 점이다. 나쁜 점을 없애서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태지역에서 대우차의 역할과 투자방향은? 대우차를 통해 중국시장으로의 구체적 진출계획이 있나?
▶중국의 WTO 가입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우차는 먼저 제 발로 서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는 대우차가 한국시장에서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 달려있다. 그 다음에 수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해석) 한 마디로 우린 참 야무진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GM이 인수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대우차가 경천동지하게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이 점은 GM이 여러 번 밝힌 바 있는데, 대우차에 대한 GM의 관심은 한국시장입니다. 중국진출은 순서에서 한참 뒤입니다. 다음번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이번 모터쇼에서 GM차이나 사장을 만났는데, 대우차의 중국진출에 대해 이야기하니, 넌센스라는 표정을 짓더군요.
대우차의 중국진출 거론은 사실 GM의 인수여부가 알려진 당시부터 미래 가능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일부 교수들과 언론들이 뚜렷한 근거도 없이(전혀 없진 않죠? 중국에 마이카 붐이 일면 중소형차가 많이 팔릴 것이고, 대우차는 싼값에 중소형차를 만드는 능력이 메이저업체보다 유리하고, 또 중국과 인접해 있고, 또 같은 조건인 현대차에 비해 GM을 업고 있으니, 최고의 특혜를 누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였습니다.
반박논리는 다음 번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우차의 중국 드림'을 언급했고, 언제부턴가 이는 서서히 일반화되곤 했습니다. 물론 대우차가 그렇게 성장한다면 GM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GM이 대우차에 거는 기대는 우리가 생각하는만큼 그 정도로 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한국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0% 정도만 올려줘도 만족하는 게 1차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현재 12%선으로 가라앉은 상태에서 이 정도로 올리는 건 쉬운 일은 아니죠? 결국 GM의 관심은 수출쪽보다는 내수라는 겁니다.
▷대우자동차가 조립시설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R&D 기능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대우의 R&D 능력이 매우 뛰어나므로, 이를 유지하는 게 당연하다. 대우가 GM의 패밀리가 되면 GM의 플랫폼, 설계능력에 대한 공유가 가능하다.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플랫폼을 대우에, 그리고 대우의 플랫폼을 다른 곳에 설치하는 게 가능하다. GM 본사가 만든 플랫폼을 브라질에 채용한 적이 있다.
또한 GM 전체에서 아태지역 비중은 16.6%로 아주 중요한 시장이다. GM은 기술을 공유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므로 연료전지, 배출가스 절감 등에서 기술공유가 가능하리라 본다.
(해석) R&D 기능 유지 여부는 마르고 닳도록 거론된 문제라 저도 지겹습니다. 제가 기억하건대 GM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우의 R&D 기능을 없애겠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미치지 않고서야 GM이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GM이 대우차의 연구기능을 유지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그때 말하는 연구기능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자동차 연구기능의 핵심은 엔진개발 능력과 디자인 개발 능력입니다.
대우차의 중형 엔진은 모두 호주 홀덴에서 가져옵니다. 이번에 매그너스 2500cc에 장착된다는 XQ 엔진을 자체개발했습니다만,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마티즈가 이탈리아의 이탈디자인에서 만들어졌듯이 대우차 모델의 상당부분이 외국과 연관이 깊습니다.
레조는 르노에서 나오는 미니밴 세닉과 디자인이 도저히 분간이 안갈만큼 똑같습니다. 베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기회가 되면 자동차 디자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 나눠보겠습니다)
대우차 연구진들에게는 대단히 죄송한 말입니다만, 대우차의 연구기능을 유지하라고 하는데, 지금 정도의 수준으로 대우차의 연구기능을 유지하면 대우차는 망합니다.
이 문제가 나오면,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대우차가 도대체 얼마나 연구기능을 갖고 있기에 그걸 잃어버릴까봐 벌벌 떨고 있는가? 이제 질문을 달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대우차의 연구기능은 많이 부족했다. GM은 대우차의 연구기능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 있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한 가지만 더 언급하겠습니다. 대우차와 비교도 안되는 르노삼성차도 기흥에 연구소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르노삼성의 SM5는 아시다시피, 닛산의 맥시마 모델입니다.
다음번에 들여오는 SM3도 닛산 모델의 일부분입니다. 만일 대우차의 연구기능이 이런 식이라면 연구기능 보유 자체가 별 의미 없습니다. 연구기능이라함은 엔진과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하고, 독자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욕심을 부리자면, 대우차 연구소에서 만든 모델이 다른 곳에 차용돼 또다른 변형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예를 들어 닛산의 맥시마가 한국에 들어와 삼성차 SM5가 되듯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보통 한 곳의 자동차모델이 다른 곳으로 옮겨질 때는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옮겨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대우차의 모델이 GM그룹의 폰티악이나 시보레(시보레는 일본식 발음이며, 미국에선 '쉐비'라고 발음합니다만, 편의상 시보레라고 당분간 쓰겠습니다)에 채용되기를 기대하는 건 마치 지금 월드컵에 첫 출전하는 중국의 축구팬들이 16강을 확신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너무 지나친 자기비하일까요?
▷부평공장은 올해 소형차 T-200(1300_1500cc)을 생산한다. 현재 대우차는 T-200을 수출집중 차량으로 구상중이다. 그러나 이는 판매를 책임진 GM의 역할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된다. GM은 이와 관련해 현재의 대우차 경영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나? GM의 T-200에 대한 구상은?
▶ T-200이 전략차종으로 커갈 것인가 하는 점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해외법인 중 추가 인수하는 곳이 있나?
▶영역에 대한 변화는 없다.
▷본계약 체결시점은 언제인가?
▶As soon as possible.
▷GM이 신설법인에 투자하는 금액은 얼마나 되나? 또 회장이 한국인이 될 수 있나?
▶투자금액은 정해지지 않았다. 또 회장이 한국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미정이다.
(해석) 물론 닉 라일리 사장 위에 회장직을 하나 둘 수 있겠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우차를 외국에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은데다 대정부와의 관계 등에서 바람막이와 얼굴마담 역할을 해 줄 명망가 회장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GM도 충분히 할겁니다.
하지만 한국인이 회장을 맡든, 미국인이 회장을 맡든 그건 별반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실권은 닉 라일리 사장이 쥐고 있을테니까요. 참고로 닉 라일리 사장은 영국인입니다.
▷해외법인의 추가부실이 발견된 게 있나?
▶확인해 줄 수 없다. 공개하긴 어렵다.
(해석) 추가부실 문제가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열리는 와중에 한국에서 꽤나 문제가 됐더군요.
하지만 사석에서 다시 한 번 이야기 듣기로는 추가부실이 회계상에 있다 하더라도 이는 심각한 수준의 규모는 아니며, 또 MOU상에 언급되지 않은 추가부실에 대해서는 원매자(산업은행)가 책임지는 것으로 돼있어 계약 자체를 뒤흔드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추측됩니다.
오늘은 일단 여기에서 맺겠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읽는 이들이 지루할 것 같아서요. 잭 스미스 회장과 릭 왜고너 사장(CEO)과의 인터뷰 내용도 곧 보내겠습니다.
1월 8일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 대합실에서(이렇게 말하고보니, 굉장히 열심히 하는 것 같아 좀 쑥스럽네요. 공항에서 3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컴퓨터를 꺼냈습니다.)
[추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도 될까 모르겠습니다. 사회적인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니까. 저는 알레르기 체질이라 먼지가 많은 곳이나 공기가 탁한 곳에 가면 여지없이 재채기와 콧물로 고생을 하곤 합니다.
또 이틀 정도 밤잠을 제대로 못자거나 하는 등 몸이 피곤해지면 또 이 증상이 나타납니다. 저 같은 알레르기 체질이 우리 국민의 20%를 넘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가끔 미국출장을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미국에 와서 이런 알레르기로 고생을 하는 적은 거의 없습니다. 알레르기 증상이 심할 때마다 가끔씩 복용하는 약을 출장중에는 꼭 챙겨가는데 미국 출장시에는 이 약이 아무런 필요가 없어집니다.
현재 GM의 공식행사에 끌려다니고, 인터뷰에, 모터쇼 취재하고, 밤에는 호텔방에서 기사 보내고, 게다가 시차적응까지 겹쳐 사실 출장 5일째인 지금까지 하루 2-4시간씩 자는데 그쳤지만, 알레르기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왜 그런 것 같습니까? 공기 때문입니다.
미국 예찬론을 펴는 것 같아 몹시 부담스럽습니다만, 서울의 공기가 너무도 탁하고 미세먼지가 많아, 제 콧구멍 속을 이 탁한 공기가 쉴새없이 들락날락거리는데 저항력이 조금만 나빠지면 이 탁한 공기와 여기에 섞인 불순물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것입니다.
알레르기 반응이란 외부의 이물질을 막기 위해 과민반응을 하는 것으로, 모기를 잡느라 청룡연월도를 꺼내드는 것과 같은, 신체의 질서가 깨진 상태를 말합니다.
만일 외부의 이물질이 없거나 미약하면, 비록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알레르기 반응은 생기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가 하루빨리 깨끗한 공기를 되찾는 '블루 스카이 서울' 같은 운동이라도 별였으면 합니다. 제가 방문하는 미국이 한적한 교외도시가 아닙니다. 신문사 출장 성격상 대부분 디트로이트, LA, 시카고 등 대도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의 차이가 이렇게 실증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한국인들도 깨끗한 공기에서 살 수 있는 세상이 제 살아 생전에 왔으면 참 좋겠습니다. 마음껏 숨쉬고 살 수 있도록…
권태호 올림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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