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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의회운동을 제출하며

노동자민중회의 2002-01-22 16: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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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의회운동을 제출하며

※ 이 글은 노동자민중회의 총회에 제출될 글로서 회원들의 최종 검토의 절차를 앞두고 쓰여진 글입니다. 따라서 현재 이 글은 이성민 개인의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러나 글의 서술 방식은 검토절차를 거친 것을 전제로 해 '나는'이라는 표현보다는 '우리'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그렇게 씁니다.
※ 이 글은 노동자(산업노동자, 농업노동자, 어업노동자)들에게 제출하는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1. 노동자민중회의를 구성하며
노동자 여러분,
우리는 99년 3월에 '민중연대'라는 이름으로 출범하여 햇수로 4년째 접어드는 2002년 오늘, '노동자민중회의'라는 이름으로 재구성됩니다. 돌이켜 보건대 만 3년의 민중연대 활동은 '궁극적인 사회 변혁의 전망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라는 지난한 과제와 수많은 논쟁을 앞에 두고 씨름한 몸은 더디고 마음만 바빴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간 노동자민중운동진영의 다양한 실천방법과 각각의 조직 전망은 부단하게 변해가는 현실 사회와 조응해 풍부한 사상적 성과를 축적하기 보다는 분파(정파)간 대립과 반목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반복하고 있었고 저희 또한 이러한 조건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조직간 역할 정립과 관통하는 사상의 통일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언제나 능력부족과 힘에 부침을 절감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반목과 이합집산의 배후인 개별활동가 혹은 조직의 상층인자들 머리 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발견하면서 다시금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본의 속성에 치를 떨면서 저항한다'는 운동가의 내면세계가 이미 자본의 의식으로 잠식당해 있음을 발견하는 순간, '과연 세상은 변할 것인가'라는 회의적인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의문이 깊어갈수록 우리는 점점 패배감과 좌절감에 젖어들었습니다. 그것은 참담한 배신감이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마치 깊은 수렁이나 모래 늪에 빠진 것처럼 모든 행위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사회변혁의 근거로 삼았던 정치권력 장악이나 계급해체, 인간해방을 지향하는 현장권력 창출이란 명제가 말만 그럴 듯 할 뿐, 기실은 변혁운동을 자처하는 자들의 욕망분출을 가리는 수사에 다름 아니었다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확인되면서 오히려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엄동설한에 갈 곳이 없어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는 노숙자의 처지에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그 나마의 보금자리였던 집터가 송두리째 뜯겨져 나가 졸지에 천막 속에 나 앉은 철거민들의 현실에 분노를 느끼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성 때문에 싸우다 어느새 운동권이 되어버린 소박한 활동가들에게는 설명되어지지 않는 기만적인 이데올로그들을 보면서 멱살이라도 거머쥐어야 울화가 풀릴 것 같은 감정을 노동자 여러분들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소위 운동권의 분파주의와 자기욕망의 확대 재생산에 다름 아닌 터무니없는 헤게모니 다툼은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혼란에 빠뜨렸고 결국은 '저 놈들도 똑같은 놈들'이라는 냉소주의를 부추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그릇된 사이비운동가들의 논리로부터 비롯된 조직적 전망은 노동자 계급운동의 전망을 더욱 암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민족주의 경향의 민족해방파를 비판하는 것은 그들이 노동자 계급 해방에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엉터리 같은 조직전망을 제시하며 그것이 진리인양 변혁운동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얼치기 논리는 유사사회주의 형태인 북쪽의 한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더 이상 객관적 사실이 아님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에서 제출되고 진행되는 운동론과 실천방법 또한 근거 없는 비논리적 형태가 무수히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운동이란 이론의 완결을 위해 행해지는 건 아니지만 옳지 않은 이론을 행동으로 전화시키길 요구하는 삿된 논리는 단호히 뿌리쳐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현실적 과제를 직시하며 노동자민중회의는 배신감과 좌절감의 긴 터널을 지나 다시금 땅을 딛고 여러분 앞에 섭니다. 우리는 지난한 역사의 흐름에 첫물이 아닌 끝물로서 땅뜀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간 노동자민중운동진영 일부에서 제출되었던 곡해된 실천론들을 당파적 입장으로 꿰뚫어 극복하면서 파편화된 우리의 운동진영을 소통시키고 같이 한 길로 흘러가는 역사의 끝물역할을 마다하지 않으며 우리들의 생각을 노동자 여러분들 앞에 제출하고자 합니다.

(1)
20세기 전반을 지배해왔던 소위 동서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러시아 사회주의의 실패와 이로 인한 소비에트의 붕괴, 그리고 이어지는 유럽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끝이 날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독점적 이윤추구가 국경을 넘어 진행되는 자본의 제국적 수탈은 오히려 과거 청산주의자들의 논리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좌절한 현실사회주의를 박물관 안의 역사로 처박아 두려는 자유주의자들의 음모를 발본색원하고 과거의 실패원인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들여다봐야 할 시점을 경과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혁명적 정치사회학자였던 맑스의 원전으로 돌아가 차분히 문제의 핵심을 짚어보고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혁명적 대안조직들의 당대적 가치와 한계를 함께 들여다 봐야 할 것입니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다름없이 생존본능을 갖고 태어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다른 동물과 달리 사고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에 관계를 인식하는 '인간'으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소위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은 대단히 환경적이며 사회적인 것으로 후천적 요인에 의해서 구성되는 것입니다. 대게 사람들은 욕망이 인간의 본성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본래 인간성은 바탕 자체가 선도 악도 아닌 현실에 조응하는 관념성인 것입니다. 가령 아무런 판단력을 갖지 못한 젖먹이 때부터 늑대와 자라난 늑대인간의 관념과 문화적 인간으로 살아가던 로빈슨 크루소의 관념이 무인도에 고립된 상황은 동일 하지만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본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사회적이라는 사실의 객관적 입증입니다.
결국 욕망이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당대의 사회적 산물인 만큼,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의 자생적인 사회적 욕구는 자본주의적 욕망에 포습돼 있다는 것입니다. 맑스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인 인간이 사회적 욕망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자신들을 구속하는 사회적 관계를 해체함으로 써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구체적으로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가와 노동자로 계급관계가 형성돼 있으며 한편으로 이러한 계급관계와 무관하게 자본주의적 욕망체계가 전 사회적으로 관철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인식은 계급관계의 철폐와 이를 위한 사적소유의 철폐 주장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탈이데올로기 시대라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른바 신세대들은 이러한 주장을 앙상한 계급주의적 시각으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여전히 지난 시기의 반공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기성세대들은 금기해야 할 큰 일 날 주장쯤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것이 엄연한 사실인 바에야 고용과 피고용의 임·노동 관계가 존재함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어쨌든 여기서 짚고자 하는 바는 대중의 자생적인 욕망의 근원 규명이 아니라 욕망의 근거가 되는 자본주의를 의식적으로 극복하려는 소위 혁명적 활동가들의 머리 속에 웅크리고 있는 욕망의 덩어리에 대한 것입니다. 교육관이 결여된 교사가 스승일 수 없듯이 자기 욕망을 걷어내는 내적 혁명이 거세되었거나 스스로 자기혁명을 하지 않으려는 운동가는 이미 혁명가가 아닌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낡은 품성론을 들먹이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가치관이라는 것입니다. '사상이란 바로 철학적 세계관과 가치관의 통합이라는 것'을 이론적으로라도 이해한다면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누구든 금방 알아차릴 것입니다. 그간 지긋지긋하게 경험했다시피 지금껏 변혁운동진영의 지도를 자처하는 운동가들은 가치관이 뒤틀려 있는 이가 한 둘이 아니었고, 이로 인해 운동진영의 패권주의와 조직 이기주의, 나아가 그들이 주장하는 자본주의 대체 권력 장악이란 특정 세력의 헤게모니 확장론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혁명이란 아주 단순화시키면 명분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때의 명분이란 거짓되게 포장한 명분이 아닐 것입니다. 궁극적인 사회변혁이란 기존 계급질서의 전복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계급 자체를 해체하는 데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자본주의적 욕망을 극복하려는 인격적, 사상적 지도체입니다.

(2)
우리는 현존하는 비인간적 계급질서를 인간적인 질서로 변화시키기 위해 정치적 권력 대체를 주장해 왔습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주장은 바로 자본의 논리와 자본가의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사회의 밑뿌리부터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계급운동을 주장하는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의 주장만은 아닙니다. 아니, 보다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사람은 누구든 순진무구한 시절에 '내 것과 남의 것이 따로 없는', 그래서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한 번쯤 꿈꿔보곤 합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철학과 종교들은 자기들의 사상으로 세상이 평정되는 미래상을 내심 그리곤 합니다. 말하자면 누구든 공산사회를 공상해 본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인은 기독 공산사회를 불교인은 불교 공산사회를… 자본가는 자본 공산사회를(!)
여하간 거칠게 말하면, 모든 사람은 공산주의자가 될 수 있는 위험스런(-적어도 반공주의자가 보기엔) 생각을 품고 살아가지만 결국은 그러한 생각이 차츰 붕괴되고 하나같이 현실세계에 길들여지고 순응하는 속물, 또는 혹세무민으로 전락해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사회의 모순을 계급적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한낱 공상적 유토피아로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실현하고자 합니다. 바로 이런 점이 좌절했긴 하지만 현실 사회주의가 존재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습니다. 과거 사회주의 혁명가들은 자신의 철학을 이상적 도덕론에 묶어 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권력 획득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의지는 대중과 무관했고' 결국 붕괴한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이 지난 시기 사회주의 혁명이 좌절한 까닭입니다. 대중의 생기 넘친 사회참여가 결여된 상태에서 진행된 당 중심의 사회 혁명론은 공허한 것이었고, 이에 따른 '중앙 집권적 국유화경제운영'은 '공유화'와는 전혀 다른 비효율적이며 비자율적인 것으로 '각자(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개개의 자유인)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조건이 되는 사회'로 발전해 갈 수 없었습니다. 인류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해 과도적으로 진행되는 사회주의 국가는 궁극적으로 노동자 대중의 자율적 꼬뮨에 의해서 유지되는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적 상태의 국가이며 이 시기는 정치권력 중심의 사회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도적 상태를 연차적으로 경과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정치권력이 사회권력으로 이행되는 것이고 나아가 사회권력에 의해 정치권력이 소멸되는 과정을 밟아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치권력의 속성은 그들 스스로에 의해 자신을 소멸시킬 계획도 국경을 허물어뜨릴 의지도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모든 권력을 평의회(소비에트)로!' 라는(-레닌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주장을 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명제는 현실 테제이며 오늘이 곳의 과제인 것입니다. 이러한 평의회 건설을 단계론적으로 인식하고 먼 훗날 언제쯤의 일로 바라보는 태도는 바로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혁명적 맹아가 형성된다'는 고전을 오독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런 점을 들어 정치 투쟁과 무관하게 사회변혁에만 눈을 고정시키면 '몬드라곤' 류의 개량적 유사 사회주의 운동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정치변혁 운동과 사회변혁 운동이 통일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한 대안 사회로의 진입은 그야말로 공상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명의 궁극은 사회변혁'이며 '노동자 계급의 사상적 꼬뮨인 평의회의 의지가 개입된 정당 또는 정당창출'은 한국 변혁운동 뿐만 아니라 세계 변혁운동 흐름에서도 간과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이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평의회 형성 후 당 건설이든, 당 건설과 평의회 형성이 같이 가든, 당 건설이 평의회보다 앞서 가든, '평의회 의지에 의한 당의 운영', 그리고 '평의회의 대의에 반하는 당원의 소환' 관계는 당위적인 것이 아니라 대안 사회 건설을 위한 노동자 운동의 궁극적 조직전망이며 평의회와 당의 관계인 것입니다.

(3)
지난 역사 속에서 인류는 여러 형태의 혁명을 경험했고 그 시기마다 평의회적 조직과 꼬뮨적 실천들을 역사적 경험으로 축적해 왔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으려 노력한다면 한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이러한 맹아들을 적잖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령, 체제내적 상황이긴 하지만 조선조 유학자들에 의해 진행된 '향약'과 같은 꼬뮨의 형식이 있는가 하면 공동 노동의 형태인 '두레'와 같은 소시민적인 꼬뮨도 존재했습니다. 나아가 가장 혁명적 평의회 형태는 갑오농민항쟁 시기에 진행되었던 농민의 자율적인 행정체계 운영체로서 '집강소'가 있었습니다. 농민들에 의해 운영되었던 집강소는 '파리 꼬뮨'과 비견할 만 합니다. 현대 사회에도 세계 곳곳에 크고 작은 소시민적 꼬뮨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과 형태들은 당대적 가치와 한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까닭에 오늘날에 맞게 재구성되고 재정립돼야 합니다. 파리 꼬뮨의 자생적 한계를 뛰어 넘는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 과정의 소비에트는 가장 구체적이고 발달된 최근의 꼬뮨에 해당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패했고, 실패 원인은 앞서 지적했듯이 당에 의한 평의회의 강제(-구성과 운영까지)라는 형식 속에 필연적으로 내재돼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뮨이 사상적 지향이라면 평의회는 그것의 구체적인 조직 형태라 우리는 믿습니다. 과거 러시아 사회주의 실험이 좌절한 것은 사회주의 자체의 좌초가 아닌 당대의 사상적, 실천적 오류로부터 기인한 것이라 확신한다면 평의회 역시 우리가 신념을 갖고 발전시켜가야 할 조직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2. 평의회 건설특별위원회
대안적 조직 전망은 책상 앞에 엎드리고 앉아 완결된 이론서 만을 작성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변혁운동의 원칙적 전망에서 구체적으로 요구받는 전망의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평의회는 먼 훗날에 형성될 미래의 그 무엇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구성에 착수해야되는 노동자 계급의 현실 과제이며 보통명사로서의 조직 대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의 변혁운동 조직, 노동자운동조직, 노동조합과의 관계를 정확히 설정하고 열린 구조로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평의회란 어느 특정 조직의 과제와 전유물이 아닐뿐더러 대안 사회 건설을 구체화시키려는 조직전체의 공동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평의회와 여타 조직과의 관계 설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과 평의회의 관계는 앞에서 설명되었기에 생략하고, 노동조합과 평의회의 관계를 설명해보겠습니다. 노동조합이 노동자 대중의 자주적인 결사체라면 평의회는 대안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노동자와 노동조합에서 단련된 활동가들이 결집해 핵심을 이루는 사상적 결사체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자유로운 활동 및 결사를 지지, 지원하는 동맹체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안별로 연대해 공동행동을 수행하고 정치적인 행동을 함께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노동자에 의한 자주적 공장 및 기업관리 체계의 밑바탕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개별 기업별 공장평의회가 구성되고 이러한 공장위원회의 뒷받침에 의해 노동자 평의회가 완성돼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 시일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난한 운동 속에서 조금씩 진척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다음 현장노동자운동조직과 변혁운동조직은 그 지향하는 성격에 따라 노동자 평의회 및 부문 평의회로 전환, 소멸돼 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대안 사회 건설을 위한 3개의 조직, 즉 노동조합, 평의회, 당이 동맹적 관계로 발전해 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특위는 현재 존재하는 현장조직과 사회변혁운동조직 등이 참가하고 노동조합 현직 위원장과 현존하는 당 간부들이 참관하는 형식의 회의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3. 국제연대사업위원회
세계 사회주의권의 몰락은 필연적으로 인터내셔널의 몰락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독점자본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노동자 계급의 국제적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 와 있음을 체감합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국제연대의 올바른 상 정립과 실질적인 연대와 소통을 시작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상적인 인터내셔널의 복구 또한 빗겨갈 수 없는 시대적 상황입니다. 왜냐면 우리들의 사상적(문화적) 혁명은 일국 차원에서 결코 완수될 수 없는 것이기에 이른 시일에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의 국제연대 원칙과 이에 따른 정보의 공유가 요청됩니다. 개별 단체 간 연대가 각 단체의 경험과 자기 조직의 발전에는 얼마간 도움을 줄 지 모르지만 변혁을 향한 세계사적 흐름을 형성시키기엔 많은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나아가 인터내셔널의 복구는 과거의 경험을 비판적으로 수용해 보다 더 발전적인 형태가 될 수 있도록 연구돼야 할 것입니다. 노동자민중회의로서는 기왕의 평의회운동의 연장에서 국제 평의회 구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국제연대 기풍이 지금처럼 이슈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 연대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조직전망을 놓고 각국 단체들이 함께 토론하고 그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국내 단체간의 토론이 활발히 전개돼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무원칙한 연대로 인해 각국 분파간의 견해가 다른 국가 운동조직에게 상호 영향을 미쳐 끝내는 국제연대 운동 내에서도 분파(정파) 간의 대립이 고스란히 재현되는 꼴이 될 것입니다.

4. 문예위원회
우리는 한 사회의 문화를 결정 짓는 가장 절대적인 부분이 예술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문화란 언론 및 출판, 교육, 체육 등의 여러 부문이 함께 발전할 때 건강하게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문화예술에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이 분야가 한 시대의 사상을 결정짓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간 한국 사회의 변혁 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적지 않은 성과를 남긴 것도 바로 문화예술이라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예운동은 노동자 운동, 노동운동과 함께 성장했고, 함께 좌절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함께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기말에 접어들면서 문예운동조직과 문예활동가들은 노동자 운동과 노동운동으로부터 점차 이탈해 가기 시작했고, 소시민적 문화주의, 개량적 예술운동, 좌익 상업주의로 경도 등의 양상을 보이며 자기 집단의 경제주의에 매몰돼 가고 있습니다. 80년대 노동운동과 생사고락을 같이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노동자문예운동연합은 일찌감치 해산되었고, 민족민주운동을 주류로 흘러온 민족예술인총연합조차도 이미 개량성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술인 개개인이 결집해 형성시킨 초기의 문제의식도 이젠 찾아보기 힘듭니다. 물론 여전히 자기 신념을 잃지 않는 소수의 개인과 집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 전체의 실천적 전망은 이제 탈운동적 성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문학을 비롯한 개인적인 작업형식을 요구받는 장르를 제외한 나머지 장르는 예술'인' 결사체인지 단체 대표자 회의인지 도무지 구분이 되지 않는, 그래서 '단체' 연합인 한국예술단체총연합과 별 변별성 없어 보이는 조직으로 전락해 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노동현장을 맴도는 몇 개의 조직들 조차도 어떤 소재로 현장에 작품을 팔 것인지를(-유통중심) 우선하는 좌익 상업주의 행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술가의 행위도 어차피 노동인 바에야 자본주의 사회 구조 속에서 풀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표를 팔든, 앨범을 팔든, 공연 초청료(작품료)를 받고 움직이든 그것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장 노동자들의 자생적 창작욕구를 의식적으로 발전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자본주의 예술의 대안을 창출하게 하는 노력을 주요과제로 두지 않은 강습과 강좌는 그저 관객 확보나 용돈 벌이 차원에서 진행되는 기능 품팔이에 다름 아니며, 현장의 주요한 행사를 독점하다시피 하려는 상행위에 가까운 기획 방식들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인정되지 않는 반노동자적 태도입니다.
이런 식이 계속되면 결국 자신들의 의도야 어떻든 현장 노동자 문예인자의 창작의욕을 상실시키고 급기야 노동자 대중은 보여지는 예술의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더욱이 상업주의 문화예술에 맞대응 해 무작위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 행위는 반노동예술행위로 착각 내지는 매도하는 그릇된 논리는 자본주의 상업예술과 맞서야 되는 전선은 제껴둔 채 애꿎게 노동현장만 붙들고 눈을 부라리는 조직 보신주의자들의 자기 변명과 합리화를 위한 궤변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예운동의 문제지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예술인 조합과 예술인 평의회 건설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박찬호나 박세리 같은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대중들에게 스타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국민체육이 근본적으로 발전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직시할 것입니다.

5. 학생위원회
흔히들 가벼운 시대라고 합니다. 학생운동은 이전에 비해 질과 양이 엄청나게 떨어졌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얼마 못 가 이 운동 자체가 소멸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합니다. 노동자 운동이 계급대중의 실천운동이라면 학생운동은 빈민운동, 여성운동 등과 같은 조건 주체의 저항운동 및 사상운동입니다. 종종 이들 운동을 부문운동으로 곡해해 이해하는 경향이 나타나곤 하는데, 이 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학생운동은 그 성격상 배타적 공동체성이 강하고 계급적 이해 관계보다는 이론 분파적 성향을 심하게 드러내곤 합니다. 실제 80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학생운동 전반이 학생 대중들로부터 괴리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분파주의적 정치태도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근거 없는 애국적 민족주의 운동론과 몰계급적 통일지상주의 운동과는 사상적인 변별성을 분명히 해야겠지만 내부 사상논쟁은 피차 원칙에서 멀어진 계보주의적 언쟁양상으로 종종 치닫곤 했습니다.
어쨌건 학생운동은 자본주의 사회 구조에 처해지는 자신들의 처지를 정확하게 인식할 때 사회전반의 조건과 은폐된 사회 현실을 직시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적잖은 사람이 사회생활에 뛰어들 즈음이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삶을 지탱해야 하는 현실적 조건에 놓여지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대학사회 내부조차도 빈익빈 부익부의 계급관계가 엄존하고(대학이라는 울타리성 때문에 겉보기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러한 사정은 졸업 이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학생은 그 신분 특성상 일정한 계급범주에 묶일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졸업 전까지 자신들은 지속적인 생업전선의 공간에 속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개인은 별도의 계급적 정서를 지니고 있기도 한데 이는 사회환경적 요인보다는 성장배경인 가정환경으로부터 비롯된 정서로서 생활 주체로서의 계급성과는 구별되는 개별화된 관념 중심의 계급적 정서인 것입니다. 계급성이란 본래 생존조건에서 비롯되긴 하지만 개별성과는 구분되는 집단적 전형성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의 경우 응당 계급성과는 구별되는 집단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문연구를 공통행위로 해서 형성되는 학연성을 집단성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대학인만의 독특한 학연성은 개별 상태에서 나타나기보다는 대단히 상대적으로 연대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적인 집단성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이기성과 상대적인 배타성을 지닙니다(이는 계급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계급'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의 학연적 집단성의 전형을 통상 지식인성이라고 말들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식인성은 자기가 속한 가정환경적 정서(계급환경적 정서)와 항시 갈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생활조건이 열악한 환경에 있는 경우 현실타개를 위한 신분상승의 욕구와 자신의 능력 사이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 현재의 상층신분 유지와 이상적 진리 사이에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동시에 대학생은 사회 여러 조건과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인 체험이 부족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 학문적 측면과 개별인식적 측면이 별개화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경우 학문적 세계관과 자신의 가치관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사회적 문제에 대하여 당위적, 학문적 인식 수준에서 더 이상 진행을 않으려는 대중 기만적 이중성을 늘 안고있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 대학생이란 신분은 어떤 계급과 계층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서 대중 앞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당당하며 때로는 단선적이며 직선적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당당함은 상식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불의에 대하여 참지 못하는 미완성의 돈키호테같은 저돌성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학생운동은 이러한 학생 신분의 특성을 총체적으로 감안해 일상적인 민주주의 체득 및 사회 참여적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학생 대중과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을 때 일방적인 슬로건 강요가 아닌 참여의 대중운동으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학생 대중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함께 공동모색하는 학생 평의회 활동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