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대의원대회 선전물
주저 없이 2월 25일 총파업을 결의하자!
정권은 월드컵 평화선언을 추진하고, 국민통합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면서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연맹 지도부 구속에 이어서 대우차, 효성 연대투쟁을 빌미로 최근에는 단위 노조 투쟁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현장 활동가들까지도 무차별적으로 연행, 구속하면서 대접전을 앞두고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권은 월드컵의 평화적 성사라는 명분으로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 투쟁을 대테러 작전으로 섬멸하려고 획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정부가 추진하는 월드컵 노사평화협약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단병호 위원장 석방, 산별교섭을 통한 5월중 타결,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해결 등을 분명히 하면서 힘있게 상반기 투쟁을 벌여 나간다"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월드컵 노사평화협약은 아래의 요구들을 수용하는 전제조건으로 검토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 투쟁을 위해서 반드시 분쇄하고 돌파해야할 장벽이다.
민주노총 대의원 동지들! 그리고 전국의 노동형제 동지들!!
오늘 대의원대회는 2월경으로 예정된 근기법 개악을 동반한 기만적인 노동시간 단축, 공기업 민영화, 비정규직 확대를 기도하는 정권과 자본에 맞서 실질적인 투쟁을 결의하는 엄중한 자리이다. 따라서 오늘 대의원대회는 총파업 투쟁을 결의하는 선언적인 의미를 넘어서 우리의 투쟁원칙, 일정과 전술의 약점은 무엇인지, 교란요소는 무엇인지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승리의 전망을 밝히는 실질적인 전략, 전술을 마련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근기법 개악에는 정규직, 비정규직 따로 없다!
민주노총은 2월경으로 예정돼 있는 정부의 근기법 개악을 수반한 노동시간 단축 움직임에 대해서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 희생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구호로 하여 총파업투쟁을 조직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안대로 근기법이 개악된다면 일정 정도 보호받을 조직력이 없는 중소영세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한층 더한 고통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이렇게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전면에 건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계획의 심각한 약점이 있다. 민주노총 일부에서는 1천명 이상 사업장들은 올 7월 실시되는 노동시간 단축의 수혜자이지만 나머지 사업장들은 2005년, 2010년에 단계적으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근기법 개악만을 뒤집어쓰고 고통의 전담자가 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선한 의도로 제기되고 있지만 역으로 자본과 정권의 노동자 분할 책동에 맥없이 무너질 수 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왜 그럴까?
정권은 이렇게 노동시간 단축이 비록 근기법 개악을 동반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에 비해서는 미미하기 때문에 근기법 개악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하고 있다. 경총, 전경련 같은 자본가 단체들도 겉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이 비용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내심 근기법 개악 특수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현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점은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단축을 빌미로 전체 노동자를 다 죽이는 노동악법을 도입하는 데 있다. 단계적 적용으로 인해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 증대로 투쟁국면을 몰고 간다면 오히려 적용의 시기만 부각되고 근기법 개악의 내용들이 은폐될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단계적 적용이 아니라 현재의 근기법 개악을 수반하여 한날 한시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면 우리는 쌍수를 들고 "민주노총 투쟁의 성과"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근기법 개악 없는 실질노동시간 단축 투쟁으로 전진하자!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단축은 7월에 당장 적용되는 사업장일지라도 실질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명목노동시간 단축으로 연결될 뿐이다. 실제 자동차, 조선 같은 대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도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기본급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잔업, 특근, 야간노동으로 인해 실노동시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결국 자본은 실노동시간 단축 없는 명목시간 단축으로 생색을 내면서도 명목시간 단축의 비용마저도 하청, 용역으로 이전하고, 탄력적근로시간제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급격하게 확대할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의 급속한 확대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소수의 특혜 계층으로 남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과 분열로 내몰면서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불안으로 떨게 것이다.
대공장 노조는 단협으로 개악된 노동법을 일정 정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자본가들은 오히려 개악된 악법을 빌미로 단협개악을 시도할 것이다. 동지들은 지난 97년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등 노동법 개악 이후에 개악된 노동법을 "정리해고시 노사 합의나 협의" 같은 단협조항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본과 정권은 시대적 대세인 노동시간 단축을 명목시간 단축으로 은폐하면서 실질노동시간과 노동강도 증대, 노동의 유연화 확대를 통한 상시적 구조조정의 정착을 통한 경쟁력의 확보와 이윤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가들을 제외하고 근기법 개악을 수반하는 노동시간 단축의 수혜자는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공장,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가 굳건히 단결하여 사활을 건 총파업 투쟁으로 정권의 근기법 개악 공세를 돌파하고 실질노동시간 단축 투쟁으로 전진해야 할 것이다.
정권의 교란전술에 맞서 공동투쟁전선을 구축하자!
정부는 근기법 개악 기도와 더불어 철도, 가스공사, 발전산업노조 등의 민영화 공세로 인해 공기업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공기업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국가기간산업민영화 저지 공투본"을 결성 공동투쟁을 준비하고 있고, 철도와 발전산업노조는 민영화 저지와 단체협상 체결을 위해 2월말 3월초 총파업 결의를 했다. 이렇게 본다면 근기법 개악과 공기업 민영화 일정이 2, 3월경에 예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권은 사업장별, 업종별, 시기별로 나누어서 한 사업장을 깨고 다른 사업장을 차례차례 각개격파하면서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이렇게 볼 때, 정권은 근기법 개악과 공기업 민영화를 한꺼번에 밀어 부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권은 철도와 발전 이 두 핵심 사업장의 민영화에 대한 대응 움직임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두 사업장을 분리하려들 것이고, 그 중 대응력이 약한 사업장은 조기에 신속하게 끝낼 수도 있다.
근기법 개악에 있어서도 총파업 동력을 재면서 시기와 방식을 조절할 것이다.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 투쟁에 대공장들의 실질적인 파업동참을 이끌어 내야지만 중소영세비정규직 사업장들만의 투쟁으로 총파업 투쟁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전선으로 공기업의 민영화 전선의 방어벽을 동시에 칠 수 있을 것이다. 근기법 개악과 민영화, 분사화, 하청화 등의 구조조정은 씨줄과 날줄로 단단하게 엮여서 현장을 숨도 못 쉬게 조여오고 있다. 우리는 이번 대의원 대회에서 근기법 개악 국회 상정 이전 총파업 투쟁의 결의를 이끌어 내고 철도나 발전산업이 나 홀로 파업에 들어가 고립될 가능성에 대비해 적극적인 공동투쟁 계획을 잡아야 할 것이다. 역으로 만약 정부가 근기법 개악을 먼저 단행한다면 철도나 발전산업노조는 전국적인 정세가 달아오르는 유리한 정세를 놓치지 말고 파업투쟁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는 근기법 개악, 공기업 민영화, 비정규직 철폐라는 당면한 요구를 걸고 동지들과 함께 투쟁해나갈 것을 약속드리며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한다.
■ 근기법 개악 국회 상임위 상정 이전(노동자대회 이후)인 2월 25일을 선제 총파업 투쟁의 날로 결의하자!
■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이 아닌 확실한 총파업을 결의하자!
■ 근기법 개악의 사각지대는 없다. 정규직, 비정규직 하나되어 조건 없는 실질노동시간 단축을 우리의 요구로 하자!
■ 근기법 개악뿐 아니라 기 개악된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등 노동악법의 철폐를 같이 걸고 싸우자!
■ 총연맹의 파업결의에 이어 산별연맹 단위의 총파업을 동시에 결의하자!
■ 노정 교섭, 산별 교섭, 사안별 노사정 교섭에 기대지 말고 투쟁으로 쟁취하자!
2002년 1월 30일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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