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새벽 2시에 한번 깨고 새벽 4시에 다시 한번 깨고 6시경에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냥 눈을 뜬다.
6시이후에 눈을 뜨면 체온도 떨어지고 어께도 결리고 목도 뻐근하고 그냥 그렇게 다시 쓰러지고 싶은 심정이다.
차가운 콘크리트 지하도 바닥에서는 냉기가 올라오고 더 깊은 지하에서는 지하철이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냥 질주하는 소리 덜그럭 덜그럭 더이상 잠을 이룰수 없다.
지하도를 오고가는 시민들의 발자국소리는 또 어찌나 큰지!
창원의 우리들이 거주하던 따뜻한 아랫목이 몹시도 그립다.
가족들이 추운데 건강은 어떠냐고 물어오면 우리들의 대답은 지하도라 그리 춥지 않으니 염려말라고 안심시켯지만 우리들의 말을 그대로 믿는 가족은 아무도없다.
벌써 투쟁이 6년째다.
오전 10시 오전 집회 시간이다.
포항제철을 향한 우리들의 주장이 스피커를 통해서 전달되어 진다.
오늘은 포스코 관계자와 11시에 면담이 잡혀 있다.
그러나 커다란 기대는 없다.
유 상부 포철회장을 직접 면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회 끝나갈 무렵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님들과 조직국장님이 지지격려 방문을 하셨다.
열심히 전국의 노동형제들이 함께한다는 지지연설을 마지막으로 오전 집회를 마무리 하였다.
12시 드디어 점심 시간이다.
하늘에서 눈이나 비가 내릴것같은 눈치다.
농심 새우탕면에 물을 넣고 몇젓가락 끄적거리는데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점심이나 끝내고 내릴것이지!
먹던 점심 쏟아붇고 배낭들고 깔판 챙기고 지하도로 초 긴급 대피다.
오늘은 우리들의 모습이 더 처량해 보인다.
그래도 동지들은 재미있게 투쟁하자며 서로 웃으며 격려한다.
신문지에 매직으로 말판그리고 하얀 바둑알에 검정색칠하며 윷놀이를 하며 시끌벅적하게 하루를 보낸다.
면담 결과는 아무 소득이 없는것 같다.
면담 대표자들이 아직까지 아무소식이 없는것을 보면 말이다.
오늘도 지하도의 지나가는 서울 시민들의 구두 발자국소리와 지하철이 땅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잠자리에 든다.
머리속에는 고향에 두고온 가족들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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