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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 13
전국해고노동자대회낭송시/시인 기도수
-국립오페라단원 집단해고 투쟁에 연대하며
무대에 서면
괴로움도 근심도 모두 잊고
노랠 부를 수 있었어요
목통은 질 좋은 소리통이 되고
앓던 가슴통은 울림통으로
전나무처럼 서서 노랠 불렀어요.
신의영역 높은음자리
발끝을 타고 올라 머리로 빠져 나가면
송장 같던 관객이 일어나 춤을 추고
심장이 춤을 추고
잠자던 욕심이 걸어 나와 추었어요.
취해서 노랠 불렀어요.
비오는 날 허공으로 손 발짓하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보았어요
조명등 하나 켜지지 않는
그리이스 신화와 에게해가 춤을 추고
임거정이 되살아나던 무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긴 꼬리 불빛이 와서 스러지는 무대 뒤편
서러움만 어둠속에 쌓이고
한 달 서른 날
76만원에 목숨을 걸고
도박꾼처럼 살아야하던 어느 날
집단으로 목이 잘리고
목통에서 피가 솟구쳐 오르고 나서
새롭게 알아낸 내 목통의 가치
무대를 떠나도 무대에 있는
어디에선가 서있는 가치
지루하던 단체연습이 끝난 후
쐬주 한잔에 뜨거운 국물로 목젖을 적시고
오페라처럼 서로 마주보며 웃음 짓는
살아있는 오페라 출연하는
살아오는 어린 시절의 꿈
2009.5.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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